강릉이야기/강릉맛집

강릉 커피축제 놀러오세요

세널리 2010. 10. 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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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나온 길, 그 끝은 파도와 맞닿아 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사장과 흰 파도의 포말이 눈부시다. 한참 만에 찾은 경포는 바다와 더 가까워져 보인다. 시야를 가로막은 건물이 사라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닷가를 따라 서있는 소나무 숲 사이 산책로가 어서 오라고 반겨준다. 나무 그네에 앉아 바다를 마주보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바다와 해송, 그리고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연 속 풍경이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 발 아래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의 날개짓, 수평선을 가르는 어선들, 바람이 차게 느껴져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코 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에 고개를 돌리니 작은 커피숍이 보인다. 바다 내음과 섞인 커피 향이 내 오감을 자극한다. 바다를 향해 열린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보면 왠지 모를 허전함이 사라지고 마음속부터 따뜻함이 전해져온다. 파도소리와 함께 맡는 커피향, 나를 바다로 이끈 건 아마도 이들이었나 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속 한 켠에 아련한 그리움이 차오르는 단어가 있다.
첫사랑, 엄마, 친구, 그와 함께 맞던 바람, 뽀얗게 피어오르던 물안개, 차마 보여줄 수 없었던 내 마음같이 붉은 노을 그리고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바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바라보는 모든 것에 추억의 순간이 담겨있다.
그리움을 달래려 커피를 마신다. 커피 한 모금에 가득한 그리움이 피어오른다.
성냥팔이 소녀의 눈앞에 떠오른 환영처럼 커피 향을 타고 추억이 타오른다.

강릉에서 마시는 커피는 이상하리 만큼 그리움을 부른다.
함께 찻잔을 기울이던 친구도 보고 싶고 따뜻한 어깨를 빌려주던 그 누군가도 떠오른다.

달그락 찻잔 소리와 함께 소근거리던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르고 바다를 담은 넓은 창으로 스며들어오던 바다내음도 느껴진다.
 
커피 원두의 봉투를 조심스레 개봉하고 살짝 냄새를 맡는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양을 정확히 덜어 글라인더에 갈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온도기를 꺼내 물 온도를 맞춘 후 갈아놓은 원두에 물을 붓자 거품이 몽실몽실 올라온다. 일정한 양이 흘러내리면 미리 데워둔 커피 잔에 커피를 따른다.
다시 향을 맡고 입안 가득 커피를 머금으면 온몸에 커피향이 퍼진다. 적당히 쓴맛과 짙은 카라멜의 달콤함이 느껴지고 아련히 흙냄새도 풍겨온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늘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 되는 건 아니다. 원두의 상태, 로스팅 정도, 물의 온도, 내리는 사람의 손맛 등 커피 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무궁무진하다. 그 모든 조건이 딱 맞았을 때에야 궁극의 맛있는 커피를 만났다는 즐거움의 탄성을 지를수 있다. 그런 행운을 만나게 되었을 때 커피는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채워주는 음료가 아니다. 온전히 커피만을 위한 시간을 만끽한다. 점점 줄어드는 커피를 아쉬워하며 마지막 한방울까지 맛을 놓치지 않으려 오감을 세운다.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 되는 건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것과도 같이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 행운의 순간을 위해 오늘도 커피를 마신다.
 
바닷가 해송이 그저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고등학교 지리시간이었다. 단순히 바다로 향하는 시선을 막는
거추장스런 나무가 아니라 거센 파도와 바닷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바닷가 소나무가 마치 우리 가정을 지키는 아빠처럼 든든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조성된 소나무 숲이 더 아름답고 고맙게 느껴졌다. 소나무가 바람을 막아주듯 커피나무를 따가운 햇살로부터 지켜주는 나무가 있다. 그늘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이름 붙은 쉐이드 트리, 쉐이드 트리(Shade tree)가 있기에 커피 열매는 더 건강하고 맛있게 자랄 수 있다.
언제부턴가 경포 소나무 숲을 보면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의 어느 커피 농장을 떠올리게 된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지켜주는 존재, 있을 땐 고마움을 모르지만 없으면 그 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지는 것.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 숲 사이를 걷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포 호숫가를 달린다. 강릉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하는 소나무와 호수,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 정다운 공간을 커피향이 함께한다. 적당히 마시면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검은차. 바닷가 옆 소나무 숲 아래, 호숫가 산책길에는 오늘도 커피향이 흐른다.
 
맛있는 커피란 어떤 커피일까? 누구는 맛있는 커피의 첫 번째 조건으로 로스팅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물맛과 물 온도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내리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며 바리스타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커피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사람들 입맛도 각양각색이다. 기왕이면 더 많은 커피를 접해보고 그 스펙타클한 맛에 빠져보는 것이 커피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 아닐까?
사람도 혼자는 외롭듯이 커피도 친구와 함께 하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셔주는 친구도 좋고 커피와 함께 하면 풍미를 더해주는 커피의 친구들도 좋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한 조각이 커피의 색다른 맛을 끌어내고, 알맞게 첨가된 위스키 몇 방울이 전혀 새로운 커피의 맛을 끌어낸다. 때론 달콤하게 때론 진하게 커피 슈가부터 시럽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위티한 커피를 만나게 해준다. 무엇보다 커피는 우유와 만나면 놀랍게 변신한다. 검은 커피와 흰 우유가 만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색깔로 바뀐다. 때론 오로지 커피 본연의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그럴 땐 마주 앉아 그 검고 뜨거운 커피의 유혹에 빠져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다.

제2회 강릉커피축제 홈페이지 중에서(http://coffeefestiv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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