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단일화 전쟁

세널리 2021. 3. 1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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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였다. 선거 초반 야권의 오세훈, 안철수 모두 여권의 유력후보 박영선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야권은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 ‘LH투기’사건이 불거지며 여권에게 대형 악재가 출현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박영선에게 밀려왔던 오세훈, 안철수가 단일화만 성사되면 상당한 차이로 이길 수 있다는 조사들이 쏟아졌다. 하물며 3자 대결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야권은 승기를 잡은 거처럼 보였다. 오세훈, 안철수는 아름다운 단일화로 야권 승리를 장담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3월 17, 18일 오세훈, 안철수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19일 야권단일후보를 등록시키려던 계획이 수포가 되었다. LH투기 사건이라는 여권의 악재 속에 야권단일화라는 빅이벤트를 성사시켜 승리의 쐐기를 잡으려던 야심찬 계획은 무너졌다. 야권은 당황한 기색이 엿보인다. 야권은 단일화 실패 이후 수습보다는 막말만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위원장은 안철수에게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같다”라고 했으며, 김무성 전 의원은  김종인위원장에게 “오세훈, 안철수 단일화 방해꾼”이라며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그렇다면 야권단일화는 왜 우여곡절을 겪는가? 흔히들 사람들은 양 진영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단일화 협상에서 ‘룰’을 둘러싸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대권주자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세훈, 안철수는 대선주자로서 그동안 2022년을 겨냥해 왔다.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생겼고, 이들의 출마선언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국 이들의 선택은 서울시장이 아니며 2022년 대선을 향해있다. 오세훈은 김종인위원장이 놓은 대선 포석이며, 안철수에게 서울시장은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것이다. 따라서 김종인위원장과 안철수는 이 포석을 되물리면 2022년 대선이 없다. 결국 이 협상은 출발부터 양보할 수 없는 총성없는 전쟁이었다. 결론적으로 서로가 겉으론 웃었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방을 제물로 자신의 대선행보를 극대화하는 전략만이 있었던 것이다.  

둘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당의 존립이 걸려있다. 아름다운 단일화, 공동정부 등 허울 좋은 이야기 했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수사에 불과하다. 오세훈으로 단일화되면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으로 흡수되거나 그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역시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국민의힘은 김종인체제가 무너지고 당은 급격하게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대선도 힘들어 진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미리 합당하여 서울시장 선거를 치루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합당은 불발되었고 지금 상황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이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세훈-안철수간 야권단일화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단일화 협상은 서로가 양보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쓰러져야 승리할 수 있는 벼랑 끝 싸움이 되고 말았다. 몇가지 룰 협상에 합의하면 단일화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화를 위한 정치협상이 종료되어야 룰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다. 룰 협상은 단순한 도박이며 합의하기 쉽지 않다. 이 도박에 오세훈, 안철수 혹은 국민의힘, 국민의당 운명을 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시장 보궐선거는 시작도 끝도 야권단일화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원문은 일요서울신문사(http://www.ilyoseoul.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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